경비노동자 간담회

지난 5월 26일과 27일 양일간 강서양천민중의집 사람과공간에서 강서구 아파트 경비노동자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24시간 맞교대로 일하시는 분들이라 같은 프로그램으로 이틀씩 진행합니다. 매 해 진행하는 간담회이긴 한데, 코로나 때문에 올 해는 많이 늦어졌네요. 이번 모임의 주제는 경비노동자를 둘러싸고 달라지는 법과 제도를 이해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의견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간담회의 주요 내용은 나상윤 센터장의 경비노동자를 둘러싼 법제도 환경이었는데, 잠시 설명을 좀 드려볼까요?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노동자로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만, 감시단속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일부는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주휴수당이나 연장근로 가산수당 같은 것을 못 받죠. 감시 단속 노동자는 일이 고되지 않고 그냥 '감시'만 하면 되는 일이기에 다른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법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경비 노동자의 업무는 감시만이 아닙니다. 정말 수십 가지의 오만 잡다한 일을 하시는데, 주요한 분류 만도 4가지입니다. 재활용 쓰레기처리, 택배수령, 주차관리, 옥외청소 등이죠. 즉, 감시단속 노동자라 신고된 업무 이외의 업무를 하니 감시단속 노동자가 아니고, 그렇다면 주휴수당, 연장근로가산수당 등을 포함해 근로기준법을 모두 적용한 급여를 주어야 합니다. 다 최저임금을 받고 계시고, 24시간 근무 중 10시간 11시간이 휴게시간으로 잡혀 급여가 없는데도 약 70만원가량 월 급여가 올라야 맞다는 소리입니다. 

원칙적으로 급여를 올려 지급하라고 하면 되는 일일까요? 아니면 경비노동자는 (그것도 휴게시간을 제외한 시간만) 경비실에 앉아 모니터만 보고 있으라고 하는게 맞는걸까요? 두 가지 다 현실적인 대안은 되지 못합니다. 경비노동자의 해고로 이어질 결론이니까요. 월 급여를 올려주려면 관리비가 상승해야 하는데, 이건 최저임금이 올랐을 당시 커피 한 잔 값을 양해하는 수준이 아니니 숫자를 줄이자 할테고, 다른 방안으로 이 분들에게는 감시단속 업무만 시키고 재활용쓰레기 처리 등을 다른 사람을 고용할 때 역시 그 비용이 새로 들어야 할테니 경비노동자의 인원을 줄이자 할테니까요. 고령 남성 일자리 중 이만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 조건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 분들 노동환경이 천국이란 얘긴 아닙니다) 무책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머리를 맞대어 논의를 시작하게 된겁니다. 올 10월까지는 결론을 내야 하구요. 노동계는 교대제를 개편하자는 안을 제출하고 있습니다. 24시간 중 하루 10시간, 많게는 12시간까지도 아무 일도 시킬 수 없는 휴게시간으로 잡아두고 왜 집에 못 가게 하냐는 거죠. 감시단속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열고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되 주간 교대제를 적용해 8시간 이상씩 일을 못하게 하고 심야시간에는 당직자만 남기고 퇴근을 시키자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경비노동자만 경비노동자 당사자의 목소리를 낼 조직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진행되는 논의가 경비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하지 않냐는 것이지요. 그래서 경비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있는 민주노총 일반노조에서도 참여해 지역별 경비노동자의 노조를 만들테니 함께 목소리를 내자는 이야기를 포함해 이번 간담회는 진행되었습니다. 

모두 필요성을 공감하였고, 여기에 더해 경비노동자도 코로나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백신을 맞고 쉴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주었으면 한다는 얘기부터 연차 등 현안 문제까지 다채로운 의견을 제시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 6월 2일에 "차별없는서울" 일명 차없서 행사로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경비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신문을 배포했습니다. 강서지역에서도 노동조합 몇 곳과 우리 센터, 민중의집 활동가들이 강서구 소재 4군데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노동자 신문과 마스크를 배포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경비노동자에게 신문과 마스크를 배포해주시겠다 약속한 노동조합들과 강서아이쿱생협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강서구 아파트 곳곳에서 나눠주실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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